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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재

청송갤러리

  • 2020-11-30

가야산(伽倻山)

가야산伽倻山 19회차 묵언수행 2016. 12. 10. 토요일

신선이 되어 전설의 새을 타고 하늘을 날다

오늘은 육지에 있는 국립공원 중 마지막으로 가야산을 묵언수행하는 날이다이제 국립공원으로는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만 남게 된다.


가야산은 소의 머리와 모습이 비슷하다고 하여 옛날에는 우두산牛頭山이라고 불렀다 한다또 다른 이름으로는 상왕산象王山중향산衆香山지달산설산 등이 있다가야산이라는 이름은 이 산이 옛날 가야국이 있던 이 지역에서 가장 높고 훌륭한 산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야의 산이라는 뜻으로 가야산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진다.

고기에 가야산을 예찬한 기록으로는 택리지와 세종실록 지리지에 기록이 남아 있다가야산에 얽힌 대표적인 전설은 신라 말 어지러운 시대 상황을 피하여 가야산에 운둔해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에 관한 전설이 있다고려와 조선 시대의 여러 문인들 즉 이인로김종직송시열강희맹김일손 등이 가야산을 예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산에 대해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가야산을 이야기할 때우리나라 3대 거찰巨刹이자 법보종찰인 해인사를 떼놓고서는 말할 수 없다택리지에는 가야산을 비롯한 열두 명산이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무리들이 수양하는 곳으로 되어 있다고 하고또 옛말에 천하의 명산을 절이 많이 차지하였다.’ 하는데우리나라는 불교만 있고 도교는 그 세가 약했으므로 무릇 이 열두 명산을 모두 절이 차지하게 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해인사가 가야산의 품에 안김으로써 거찰이 되었고가야산은 해인사를 옷자락 속에 둠으로써 더욱 명산의 이름을 얻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 가야산에서의 나홀로 고독 묵언수행의 길은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청명했다. 이런 날씨에 가야산 절경을 구경하면서 수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가야산 상왕봉을 오르면서 보았던 상아덤의 기암괴석은 가야국의 전설을 생각하게 하고, 만물상은 그야말로 기암괴석의 종합 전시장이었으며 그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청송들은 수행자를 경탄시키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명산이었다. 이러한 명산이었으니 고운孤雲은 가야산에서 신선이 되었으며, 고려와 조선의 문인들과 학자들이 극찬하지 않았겠는가

가야산 정상을 오르다 심호흡을 하면서 올려다본 우두봉(상왕봉)과 칠불봉의 서북쪽 하늘은 시리도록 맑고 잡티 하나 없는 순수한 코발트색으로 완벽하게 채색돼 있었다. 순간 나의 온몸과 마음이 온통 순수하고 푸른 코발트색으로 변하면서 온몸이 얼어붙는 듯 찌릿함을 느꼈다. 이렇게 맑은 하늘은 고향 창녕을 떠난 이후, 40~50년 만에 처음 만나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천천히 고개 돌려 산의 동남쪽을 바라보니 이름 모를 산들이 구름 속에 큰 배처럼 둥둥 떠다닌다. 너울너울 흘러 다니는 산 너울을 따라 나도 둥둥 떠다닌다. 한마디로 선계仙界. 아니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붕새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으로도 보인다. 은 날개를 펴면 하늘을 덮고, 날개 짓을 한 번 치면 9만 리를 날아간다는 전설의 새다. 우두봉에 올라서니 북쪽으로 나는 붕새를 타고 티 없이 맑고도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느낌을 받는다

이 티 없이 맑고 푸른 하늘 속에 몸과 마음을 푹 담그고 있으니, 천재 시인 윤동주의 <소년>이란 시가 떠오른다. 윤동주의 시에 나오는 순이처럼 맑고 순수한 위정자는 어디에 있는가? 코발트색 푸른 하늘에 있는가

 

 <소년少年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