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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9
선운산(禪雲山)
선운산
禪雲山
62
회차 묵언수행
2018. 1. 6.
토요일
나지막하다고 얕보지 마라
.
있을 건 모두 다 있는
,
낮지만 아주 아름다운 산
산신령 친구와 함께 난생 처음으로 일반 산악회를 따라 전북 고창 선운산 산행에 나섰다
.
산악회는 신사역에서
7
시
10
분에 정확하게 출발해
10
시
20
분에 선운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
일반 산악회에서 시행하는 산행은 출발지와 도착지
,
산행 코스와 산행 마감 시간만을 정해주고
,
그 이외 모든 것은 개인의 취향과 능력에 맡기는 자유로운 산행이었다
.
주차장에 도착하니
30
명 정도가 한 차에서 내려 전부 뿔뿔이 흩어져 자유롭게 산행에 나선다
.
그런 면에서는
<
나홀로 묵언수행
>
과 뭣 하나 다를 바가 없었다
.
나서기는 같이 나섰지만 그 본질은 결국 나 혼자만의 묵언수행이었다
.
이번 선운산 산행은 산악회에서 정해 놓은
A
코스 약
9km
를 묵언수행하기로 정했다
.
참당암은 당초 산악회의 산행 코스에는 없었지만 우리가 자유롭게 추가했다
.
선운산 정상은 수리봉인데
,
해발고도가 고작해야
336m
높이에 지나지 않는 낮은 산이다
.
그런데도 웬 명산이고 도립공원이냐는 의문이 들었다
.
그 의문은 수행을 하다 보니 곧바로 해소됐다
.
백문불여일견이라 했던가
.
직접 수행해보면 내 말이 한낱 과장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을 테다
.
선운산은 정말 아름답고 평온한 산이다
.
더구나 백제 고찰 선운사를 품고 있는 산임을 잊지 말라
.
기대 했던 포갠바위는 이름은 거창했지만 좀 허접해보인다
.
그래도 자세히 보면 바위가 시루떡처럼 포개져 있다
.
그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염원을 담아 조그만 자연석들로 정성스레 탑을 쌓아 올려놓았다
.
이번 산행에서 산악회 산행 코스에는 없었지만 임의대로 들렀던 참당암은 선운사의 암자인데 대웅전까지 갖추고 있다
.
웬만한 절보다 더 크다
.
참당암 대웅전 해설에 따르면 신라 시대 진흥왕의 시주를 받아 왕사이자 국사인 의운 스님이 창건했다고 한다
.
창건 당시에는 대참사 혹은 참당사로 불렀고 산중의 중심 사찰이었지만 지금은 선운사에 속한 암자로 운명이 뒤바뀌어버렸다
.
개인이나 조직이나 사회나 국가나 그리고 모든 자연이나 사물은 영고성쇠
榮枯盛衰
라는 운명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
참당암도 영고성쇠라는 자연의 섭리이자 운명의 지배를 받은 게 아닐까
.
소리재를 거쳐 계속 수행하다 보면 이제까지 보지 못한 절경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
눈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없다
.
용문굴이 나타난다
.
남해 금산에서도 이와 비슷한 신비로운 경관을 본 적이 있다
.
이 용문굴은 인기 사극
≪
대장금
≫
의 촬영지로도 활용됐다고 하는데
,
과연 신비롭다
.
용문굴을 떠나 수행을 계속하니 경관이 점입가경이다
.
주변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과 협곡이 나타나고 저 멀리 우뚝 솟은 바위도 보인다
.
기암괴석들이다
.
가까
이 가보니 바로 그곳이 낙조대다
.
여기서도
≪
대장금
≫
을 촬영했다고 한다
.
낙조대에 도착한 때는 오후
1
시 반이 지난 무렵이었다
.
해가 중천에 걸려 있었지만 낙조대 뒤로 해가 비치니 그것만으로도 신비스러워 보인다
.
낙조대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얼마나 더 신비로울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
아마도 자지러질 듯한 풍광을 보여줄 것 같다
.
사진 경력이
40
년이라는
70
대 노인장이 사진 촬영에 열심이다
.
그분은 이곳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
나도 그분의 연출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다
.
그분이 내 친구 산신령을 찍은 사진을 보면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다
.
낙조대를 떠나 천마봉으로 수행을 이어간다
.
천마봉에서 마애불
磨崖佛
과 도솔암
兜率庵
으로 내려가는 길에 절경이 계속되니 나는 어쩔 줄 몰라는 여기저기를 뛰어 오르내렸다
.
눈에
,
가슴에
,
내 몸 곳곳에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서다
.
천마봉 조망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채 마애불과 도솔암으로 향한다
.
마애미륵불은 고려 시대에 조각된 불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불상이다
.
멋지고 아름다운 낙락장송
落落長松
한 그루를 앞에 두고 있는 마애미륵불이 친견하는 수행자를 따뜻한 미소와 인자한 모습으로 맞아주고 있었다
.
마애미륵불이 부조
浮彫
된 암벽에는 멋진 낙락장송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더욱 신비스런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
마애불을 떠나 백 수십 계단을 걸어올라 벼랑 위에 건축된 도솔암 내원궁도 올라가본다
.
우리나라에는 도솔암이 참 많다
.
그런데 대부분의 도솔암은 벼랑에 제비집처럼 걸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선운산 도솔암도 역시 마찬가지다
.
이곳은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한다는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는 곳이다
.
도솔암에 이르렀다
.
여기 이 도솔암도 일반적인 암자와는 규모가 다르다
.
참당암처럼 대웅전이 있고
,
웬만큼 규모 있는 사찰이다
.
도솔암을 내려오니 멋들어지게 생긴 천연기념물 제
354
호
<
장사송
長沙松
>
을 만난다
.
이 멋들어진 소나무는 반송
盤松
의 일종으로 수령이 무려
600
년이 지났다고 한다
.
사실 내 고향 창녕에는 이보다 훨씬 멋들어진 반송이 있었는데
,
종손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누군가에 팔았다고 한다
.
정말 아쉽기 짝이 없다
.
그 소나무를 구입해간 사람이 건강하게 잘 키워주기를 바랄 뿐이다
. <
장사송
>
바로 근처에 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이 있다
.
이제 도솔천 계곡 길을 따라 선운사 쪽으로 향한다
.
수행로 주변에 우거진 숲들은 여름의 녹음
,
가을의 화려한 단풍도 귀찮다는 듯 모두 벗어버리고 나목으로 우뚝 서 겨울을 맞고 있다
.
혹독한 겨울을 맞아 자기 스스로 혹독하게 단련하고 수련하는 걸까
.
돌아오는 봄
,
여름을 더욱 무성하게 살아가기 위해 반복되는 자연의 섭리 때문일까
.
나목들 밑에는 푸른 풀포기들이 파랗게 자라고 있다
.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이란다
.
꽃무릇은
9
월 중순경에 꽃이 피고
,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나서 이듬해
5
월에 사라진다
.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으로 서로 애틋한 연모의 정을 담고 있다고 해
‘
상사화
’
라고 부르기도 한다
.
길옆으로 보이는 자연 석탑은 누가 쌓았는지 절묘하고도 신기하다
.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가다보니 선운사에 도착했다
.
고찰의 담장부터 건물
,
탑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
대웅전 기둥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하고 처마를 보니 하늘을 나는 듯 가벼워 보인다
.
그 아름다움에 취해 내 맘 내키는 대로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찍어 담는다
.
선운사 고찰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은 선운산과 조화를 이루기에 더욱 아름답고 장엄하게 보였을 것이다
.
선운사를 돌아보고 난 다음 주차장으로 회귀한다
.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천연기념물 제
367
호
<
송악
>
을 만났다
.
안내판에 의하면
<
송악
>
은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늘푸른덩굴식물이라는데 이
<
송악
>
은 줄기의 둘레가
80cm
에 이르고 높이가
15m
에 이르며
,
내륙에서 자라는 송악으로서는 가장 큰 거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자세히 보니 마치 줄기가 바위벽을 파고들어 자라는 듯 보인다
.
신비롭기 그지없다
.
묵언수행을 마치고 난 후 모든 사물을 단순히 규모나 겉모습을 보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
선운산
,
산 높이는
336m
에 불과하다
.
그러나 그 속에는 선운사
,
참당암
,
도솔암 등 천년 고찰을 품고 있고
,
천년 고찰로부터 우러나오는 육중하고도 고매한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어느 산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협곡과 기암괴석이 있고
, 500
년 이상이나 자란
3000
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동백 숲
, <
장사송
>
과
<
송악
>
등 기이한 천연기념물을 품에 간직하고 있었다
.
한마디로 작은 거인이다
.
선운산
,
낮지만 참으로 좋은 산이다
.
또 다시 묵언 수행 하고픈 훌륭한 산이다
.
선운사에 동백꽃이 활짝 피는 날
,
꽃무릇이 활짝 피는 날
,
나는 다시 한번 조용히 묵언수행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서울로 향했다
.
이번 나의 묵언수행을 안내해준 친구 산신령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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