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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재

청송갤러리

  • 2020-11-29

사량도 지리산(智異山)

사량도 지리산智異山 64회차 묵언수행 2018. 1. 14. 일요일

또 다른 지리산한려수도의 청정 해수와 지리산의 기암괴석에 홀리다

어제는 고성에서 연꽃 향 풍기는 연화산을 묵언수행했고오늘은 통영의 사량도에 있는 또 하나의 지리산에서 묵언수행을 한다연화 향에 듬뿍 취한 나는 오랜만에 꿀잠을 자고동료들과 함께 아침 6시에 일어났다숙소에서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숙소 사장이 소개해준 주변 맛집에서 복 매운탕 한 그릇씩을 먹었다

9시에 출발하는 사량도행 배를 타기 위해 삼천포사량도 터미널로 달려가니 삼천포항에서 사량도 내지까지 가는 <세종1>란 배가 대기하고 있다배에 올라 객실로 들어간 나는 깜짝 놀랐다객실에는 당연히 좌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좌석은 눈에 띄지 않고 객실은 온돌마루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게다가 온돌마루에는 베개며 이불까지 비치돼 있는 게 아닌가겨울인데도 여지저기 자유분방하게 삼삼오오 모여 있다누워 있는 사람앉아 있는 사람하며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봄가을에는 사량도 지리산을 찾는 인파들이 넘쳐난다는 소문을 실감한다나도 온돌마루 위에 다리를 쭉 뻗어 누워본다

9시 정각이 되니 <세종1>는 어김없이 출발해 통영만을 달린다.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자그마한 섬들이 가까워지다 멀어지고를 반복한다

멀리 육지에는 산들이 아련한 산 너울을 연출하고 있다. 배를 타고 달리면서 나는 배를 타는 어지러움보다는 주변 풍광의 아름다움에 취해버렸다. 여기에다 또 다른 지리산이라고 하는 지리망산까지 어우러지면 어떤 풍광이 연출될지 아무리 상상을 해보려고 해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예서 취하면 안 된다. 정신 줄을 놓지 말아야지하면서 즐거운 다짐을 한다.

약 40분을 달리니 사량도에 도착한다. 이런저런 아름다운 상상에 빠져 있었으니 40분이라는 시간도 찰나와 다름없는 듯 빨리 지나갔다. 사량도 도착 시각은 9시 40. 이제 지리산을 묵언수행하기 위해 수행 들머리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들머리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인근 바다에서 잡았다는 대구를 말리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말린 대구를 얼마의 가격으로 파는지, 어떻게 요리하는지 등을 주인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창녕 산골에서 자란 나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사이 10시 10분경 버스가 왔다. 10분 정도 가니 옥녀봉으로 오르는 들머리에 도착했다들머리에서 대략의 산행 코스를 정하고 수행을 시작한다사량도 지리산이란 과연 어떤 산일까여기저기 자료를 뒤져 정리해둔다대한민국 구석구석에는 지리산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란 뜻으로 지이망산智異望山이라고 불리다가 현재는 지리산이라는 명칭으로 굳어버렸다사량면 돈지리에 위치한 지리산은 사량도 윗섬(상도)에 동서로 길게 뻗은 산줄기 중 돈지리 쪽의 제일 높은 봉우리(해발 398m)를 지칭한다이보다 2m 더 높은 불모산(해발 400m)이 있지만 지리산을 윗섬의 대표적인 산으로 부르고 있다

이 산줄기의 연봉인 불모산가마봉향봉옥녀봉 등은 오랜 세월 동안 풍우에 깎인 바위산이라 위용이 참으로 당당하다능선은 암릉과 육산으로 형성돼 있어 급한 바위 벼랑을 지날 때는 오금이 저려오기도 한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 사이로 해풍에 시달린 노송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가 하면 바위 능선을 싸고 있는 숲은 기암괴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별세계를 연출한다

고개를 들면 한려수도의 그 곱고 맑은 물길과 다도해의 섬 그림자가 환상처럼 떠오르고,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솟구치고 혹은 웅크린 바위, 묏부리와 능선은 말없이 세속의 허망함을 일깨워준다.

사량도 지리산, 한마디로 신선들이 살 법한 그런 별천지란 말이다. 나로서는 더 이상 말로써 글로써 표현할 길이 없다.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누구든 직접  방문해 곱씹으며 찬찬히 느껴보라. 그러면 사량도 지리산이 정말 신선들이 살 만큼 아름답다는 말이 그렇게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으리니.